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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달콤한 나의 도시

 

 

책소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이래, 이효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을 수상하며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아온 소설가 정이현이 등단 이후 첫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를 펴냈다. 2005년 10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신문 연재소설의 형식으로 발표되었던 작품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이 작품은 '도시적 삶의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그 자장 안에서 얽히고설킨 인물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주인공은 이제 막 직장생활 7년차를 건너온 서른한 살의 '오은수'. 그녀를 중심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미혼 여성들의 일과 연애, 친구와 가족,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감각적이고 경쾌한 필치로 그려진다.

연재 당시, 솔직담백하게 표출된 21세기 도시 남녀의 삶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 200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젊은 도시인들의 생활코드와, 이들이 연상시키는 시트콤 드라마적 감성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총 9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의 첫머리를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의 삽화가 장식한다.

 

책속에서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래왔다. 선택이 자유가 아니라 책임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항상, 뭔가를 골라야 하는 상황 앞에서 나는 어쩔 줄 몰라 진땀을 흘려대곤 했다.
때론 갈팡질팡하는 내 삶에 내비게이션이라도 달렸으면 싶다. "백 미터 앞 급커브 구간입니다. 주의운행하세요." 인공위성으로 자동차 위치를 내려다보며 도로 사정을 일러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처럼, 내가 가야 할 길이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누군가 대신 정해서 딱딱 가르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서른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옛 애인의 결혼식 날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제 나는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뿌듯해했다. -42쪽

연인 사이의 대화는 세 가지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처음에는 각자의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다음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야기하려 들고, 종국에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도 편안해지는 상태가 온다는 것이다.-140쪽

"하루 종일 입 한 번 떼지 않았는데도, 노가다라도 뛰고 온 양 기운이 쫙 빠지고 전신이 무기력해지는 증상. 넌 모르지?"모른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다 들어왔기에 기운이 쫙 빠지고 전신이 무기력해지는 증상 말고는. 어쩌면 어디서 어떻게 살더라도 서른두 살쯤 되면 기운이 쫙 빠지고 전신이 무기력해지도록 세팅된 것이 인간의 몸인지도 모른다.-222쪽 

화장에도 순서가 있듯, 삶도 그럴 것이다. 완벽한 메이크업을 마치고 난 얼굴, 그것을 진짜 내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화장으로 한 겹 가리고 나면 내 얼굴에 대하여 스스로 고개 돌리지 안을 수 있을까. 인생이 점점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 내 모습을 멀뚱멀뚱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나는 손바닥으로 황망히 얼굴을 가렸다.-42쪽 

때론 갈팡질팡하는 내 삶에 내비게이션이라도 달렸으면 싶다. "백미터 앞 급커브 구간입니다. 주의운행하세요." 인공위성으로 자동차 위치를 내려다보며 도로 사정을 일러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처럼, 내가 가야 할 길이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누군가 대신 정해서 딱딱 가르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53쪽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터득하게 된 진리는, 겉으로 근사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도 실제론 구질구질한 일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아마 그 홈드라마 속에 사는 가족들도 카메라가 멈추었을 땐, 환멸 가득한 눈빛으로 서로를 흘겨볼 게 분명했다.-94쪽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불편하다며 늘 투덜거리곤 한다. 타인과 가까이 있어 더 외로운 느낌을 아느냐고 강변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언제나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줄 나만의 사람, 여기 내가 있음을 알아봐주고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을 갈구한다. 사랑은 종종 그렇게 시작된다. 그가 내 곁에 온 순간 새로운 고독이 시작되는 그 지독한 아이러니도 모르고서 말이다.-180쪽 

친구의 결혼식을 위해 정성껏 치장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예의를 다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화사하고 은성한 결혼식장의 빛 속에서 나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함이다. 아직은 충분히 괜찮다고. 나는 보잘것없지 않다고 주문을 외우기 위함이다.-196~197쪽

나는 왠만해선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뒤돌아서는 순간 번번이 후회하면서도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아무에게도 원망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220쪽 

스무 살엔, 서른 살이 넘으면 모든 게 명확하고 분명해질 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 반대다. 오히려 '인생이란 이런 거지'라고 확고하게 단정해왔던 부분들이 맥없이 흔들리는 느낌에 곤혹스레 맞닥뜨리곤 한다. 내부의 흔들림을 필사적으로 감추기 위하여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 수록 일부러 더 고집 센 척하고 더 큰 목소리로 우겨대는지도 모를 일이다.-227쪽

우리는 왜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충고하면서, 자기 인새의 문제 앞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에매기만 하는 걸까. 객관적인 거리 조정이 불가능한 건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차마 두렵기 때문인가.-227쪽 

등은 연기하지 않는다. 타인의 등을 본다는 행위는 눈을 마주 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건 어쩌면 그 사람의 내면의 더욱 깊은 곳을 훔쳐보는 순간이다. 이 순간, 나는 이 남자의 무엇을 훔쳐볼 수 있을까?-263쪽

서른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440쪽 

우리는 왜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충고하면서, 자기 인생의 문제 앞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헤매기만 하는 걸까. 객관적인 거리 조정이 불가능한 건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차마 두렵기 때문인가.-.쪽 

하나의 사랑이 완성되었다는 말은, 누군가와 영원을 기약하는 순간이 아니라
지난 한 이별 여정을 통과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입에 올릴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랑할 때보다 어쩌면 헤어질 때,
한 인간의 밑바닥이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끔은 행복하게 사랑하는 연인들보다 평화롭게 이별하는 연인들이 더 부럽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헤어진 남자와 다시 만나는 일이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쇼핑과 연애는 경이로울 만큼 흡사하다.
한 개인의 파워를 입증하는 장일 뿐더러
그안에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정서적 안도감을 느낀다
여유로운 시간과 젊음이 있을 때는 경제력이 받쳐주지 않고,
경제력이 생겼을 때는 여유로운 시간과 젊음을 돌이킬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

 

 

도시의 방이란 무엇일까. 시골마을에서는 이웃에 가려면 언덕을 넘고 개울을 건너야 한다. 그러나 도시의 방과 방 사이, 집과 집 사이는 다닥다닥 붙어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불편하다며 늘 투덜거리곤 한다. 타인과 가까이 있어 더 외로운 느낌을 아느냐고 강변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언제나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줄 나만의 사람, 여기 내가 있음을 알아봐주고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을 갈구한다. 사랑은 종종 그렇게 시작된다. 그가 내 곁에 온 순간 새로운 고독이 시작되는 그 지독한 아이러니도 모르고서 말이다.
컴퓨터의자에 앉은 태오의 등은 완강하고 딱딱해 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방 두 개짜리를 얻는 건데.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기에 걸터앉자, 이제 오롯한 내 공간은 여기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집 화장실의 물 내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커다랗게 들려왔다. 도시의 방들은, 가늠할 수 없는 거리 위에 위태로이 서 있다.-180쪽 

인생을 소모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관계란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 그래서 사람들은 기꺼이 사랑에 몸을 던지나 보다. -139쪽

도시의 방이란 무엇일까. 시골마을에서는 이웃에 가려면 언덕을 넘고 개울을 건너야 한다. 그러나 도시의 방과 방 사이, 집과 집 사이는 다닥다닥 붙어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불편하다며 늘 투덜거리곤 한다. 타인과 가까이 있어 더 외로운 느낌을 아느냐고 강변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언제나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줄 나만의 사람, 여기 내가 있음을 알아봐주고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을 갈구한다. 사랑은 종종 그렇게 시작된다 그가 내 곁에 온 순간 새로운 고독이 시작되는 그 지독한 아이러니도 모르고서 말이다.-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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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달콤한 나의 도시

소설가 정이현이 등단 이후 첫 장편소설. 직장생활 7년차, 서른한 살 오은수를 중심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미혼 여성들의 일과 연애, 친구와 가족, 그리고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감각적인 필치로 그려진다. 「조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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